1. 서론 : 왕이라고 항상 위엄 있게 죽는 것은 아니었다
중세 시대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왕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운명의 게임이었다. 왕은 전쟁을 선포하고, 병력을 이끌며, 최전선에서 나라를 대표했다. 그러나 모든 전쟁에서 이기는 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의 패배는 왕좌의 상실, 유배, 굴욕, 심지어 처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왕이라 하면 절대적 권력과 존엄을 떠올리지만, 중세 전쟁에서 패배한 왕의 최후는 때때로 너무나도 비참했다. 전장에서 죽거나 포로로 잡혀 타국에서 인질로 살아가기도 했으며, 자신이 세운 궁전에서 쫓겨나 굶주림과 멸시 속에서 생을 마감한 왕도 적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중세 전쟁에서 패배한 왕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전쟁 이후 그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렸는지를 역사적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본론 : 패배한 왕들이 마주한 다섯 가지 최후
(1)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왕들
중세 전쟁에서 가장 명예로운 최후는 전투 중 전사하는 것이었다. 왕이 최전선에 나서서 직접 검을 들고 싸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패전은 곧 왕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는 리처드 3세다.
영국 장미 전쟁의 마지막 전투인 보스워스 전투(1485)에서 리처드 3세는 병력을 이끌고 전투에 직접 참여했으며, 결국 전장에서 사망했다. 그는 최후까지 싸우며 “내 왕국을 위해 말 한 마리!”라는 절규를 남겼다고 전해지며, 오늘날까지도 패배한 왕의 비극적 상징으로 회자된다.
(2) 포로로 잡혀 굴욕을 당한 왕들
패배한 왕이 살아남는다고 해서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왕들이 전쟁 후 포로가 되었고, 이는 엄청난 정치적 굴욕을 의미했다. 프랑스의 장 2세(Jean II)는 백년전쟁 중 1356년 푸아티에 전투에서 잉글랜드 군에 패하여 포로가 되었다.
그는 런던으로 끌려가 왕족 신분에도 불구하고 인질로 잡혀 생활했고, 프랑스는 막대한 몸값을 지불해야 했다. 비록 목숨은 부지했지만, 정치적 권위와 위신은 크게 훼손되었고,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을 주었다.
(3) 폐위되고 유배된 왕들의 말년
전쟁에서 패배한 왕이 왕좌에서 쫓겨나 유배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더 이상 왕이 아닌 존재로 전락했으며, 정치적으로 철저히 배제되었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2세(Edward II)는 귀족들의 반발과 내란 속에 왕위에서 폐위되고 웨일스로 유배되었다. 이후 감옥에 갇힌 채 살해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교황청과의 갈등과 잇따른 군사적 패배로 인해 파문당하고 제위에서도 밀려났으며, 그의 사후 제국은 크게 분열되었다. 이러한 폐위는 단지 정치적 좌천이 아니라, 왕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역사에서 지워지는 것을 의미했다.
(4) 타국으로 도망친 왕들과 망명 생활
전쟁에서 패한 뒤, 어떤 왕들은 자신의 나라에 남을 수 없게 되어 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들은 타국의 보호를 받으며 생존했지만, 대부분은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남의 땅에서 ‘왕이 아닌 왕’으로 살아야 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제임스 2세(영국)이다. 그는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인해 왕위에서 쫓겨났고, 프랑스로 망명하여 루이 14세의 후원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왕좌를 되찾지 못했고, 그의 후손들도 실패를 반복했다.
(5) 조용히 역사에서 사라진 왕들
모든 패배한 왕이 처형되거나 포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정권 교체 후 안전을 보장받고, 조용히 은퇴한 채 사라지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는 대신 역사적으로 큰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런 사례는 지역 소국이나 봉건 제후국에서 흔했으며, ‘왕’이라는 칭호조차 내려놓고 귀족의 지위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 무대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이후 후계 구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3. 결론 : 왕의 패배는 개인의 몰락이자 국가의 붕괴였다
중세 전쟁에서 왕의 패배는 단순한 권력 상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국가의 붕괴, 체제의 전환, 민중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패배한 왕은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대개 정치적, 역사적으로 완전히 몰락했고, 그들의 최후는 후세에 교훈과 경고로 남았다.
우리는 중세사 속에서 종종 왕의 권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상상하지만, 전쟁 앞에서 왕도 결국 하나의 인간일 뿐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왕의 최후는 중세가 얼마나 가혹하고 비정한 시대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권력의 무상함’을 생각하게 만든다.